전 동의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전 제일기획 카피라이터/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전 동의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전 제일기획 카피라이터/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인간은 누구나 늙어가고 언젠가는 죽는다. 노화현상은 나이 먹음에 따라 영향을 받는 생물학적, 심리적 그리고 사회적 과정의 총체로 규정된다. 이러한 과정은 세 가지의 시계로 비유된다. 


첫째는 생물학적 시계로서 신체적 육체를 말한다. 둘째는 심리학적 시계로서 의식상 능력을 말한다. 셋째는 사회적 시계로서 물리적 연령과 관계있는 문화적 규범, 가치 및 역할 기대를 말한다. 

 생물학적 노화의 시계바늘은 각각의 현상을 어떻게 가리킬까?

안구의 렌즈에 탄력성이 떨어지면서 나타나는 시력저하, 고음 장애로부터 시작되는 청력 손실, 피부 피하조직이 점차 물러지면서 생겨나는 주름살, 근육 조직의 쇠퇴, 허리와 뱃가죽의 주름살과 지방 조직의 축적, 운동량의 부족으로 비활성 산소량이 부족해지고 심근계의 기능저하 등이 대체로 노화의 전조, 또는 증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노화과정을 누구도 피할 순 없지만 건강상태의 유지, 적절한 영양과 식사량의 조절, 알맞은 운동량으로 상쇄시키거나 지연시킬 순 있다. 과학자들은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은 생물학적 극대치인 연령까지 생명을 연장할 수있고 죽음을 맞이하기 직전까지 건강을 누릴 수 있다고 한다. 
   
 누구도 노화를 피할 수는 없지만 노화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늦추려는 노력은 인류의 과제이고 실천과 행동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노화의 원인을 밝혀내려는 의과학적 진단과 처방도 다양하다. 노화의 주범은 활성산소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강하다.

활성산소는 우리가 산소를 마시고 사는 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생로병사의 악성인자라는 것이다. 지구상에 알려진 질병의 90% 이상이 활성산소로부터 야기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활성산소의 일등공신인 자외선을 피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한다. 인체의 대사활동에 없어서는 안 되는 효소에 대한 관심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노화를 보여주는 가장 뚜렷한 징표는 피부이다. 피부는 신체와 생체활동의 중요한 대변인 역할을 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영양의 문제나 염증, 알레르기, 매연, 공해, 스트레스가 피부에 미치는 영향은 누구나 인지하고 신경을 쓰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음식에 들어가는 인공첨가물, 인스턴트 음식, 오염된 물, 고열량 인스턴트 식품, 항생제, 알코올, 담배 등에도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실정이다. 

 급격한 일교차와 스트레스로 인한 심혈관계의 급수축, 이완 등도 면역체계의 교란을 가져와 각종 질병을 유발하고 노화를 촉진한다. 따라서 면역력을 강화하는 각종 건강보조제와 피부미용에 도움을 주는 항산화 성분 화장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anti-aging과 스킨케어, 보디케어 프로그램을 통한 노화예방 노력은 이와 관련된 헬스 비즈니스를 번성하게 하고 있다. 성형수술, 헬스케어, 의수와 의안, 인공관절, 체외수정, 장기 이식, 줄기세포 등등 인체의 재생산 기술도 가히 혁명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테크놀로지는 원래 물질적인 것을 의미하지만 신체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사회적 통제도 포함된다. 사회철학자 미셀 푸코(Michel Foucault)는 이를 ‘사회적 테크놀로지’라 명명하고 있다.

몸은 단순히 자연이 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사회 속에서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사회적 테크놀로지는 몸의 상태나 형태를 생래적이고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지 않게 한다. 건강하고 늙지 않기 위해 행하는 단식, 숙변제거, 유기농 식품, 초음파 MRI, 약물치료, 수술과 침, 유전자 치료 같은 특정한 방식으로 우리 몸에 규칙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현대생활 자체가 기술과 프로그램을 활용해서 몸에 개입하는 것을 당연시하고 일상화한다. 
  
 디지털 기술과 정보, 그리고 각종 미디어들은 질병과 노화의 문제에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을까? 각종 방송 프로그램과 스마트폰, 앱, 인터넷과 사회연결망 서비스, 첨단 정보통신기술, 디지털 디스플레이와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등의 ICT 융합기술을 활용하는 디지털 연계 프로그램들은 이들 문제들에 해법을 제시하고 있을까? 아니면 건강과 질병의 이슈를 돈벌이의 수단으로 이용해 먹고 있을까?  

 케이블TV나 모바일 디바이스로 이른 아침 시간대에 홈쇼핑 방송을 자주 보는 사람이라면 흔하게 경험하는 광경이 있다. 비타민, 폴리코사놀, 토코페롤, 흑염소진액, 콘드로이친,유산균, 오메가3,크릴오일, 단백질 보충제, 콜라겐,루테인...종류와 효능을 구분하기도 힘들 정도로 넘쳐나는 각종 건강보조 식품이나 약품들이  쇼호스트와 쇼닥터들의 능란한 말솜씨로 홍보되고 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시간대에 지상파나 종편 방송으로 채널을 돌리면 쇼핑방송에서 소개되고 있는 상품들과 연관된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을 때가 많다. 때로는 홈쇼핑 방송에서 다루어지는 그 제품들을 출연진들이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는 장면들도 눈에 띈다. 우연이라고 보아 넘기기에는 뭔가 찜찜하다.

방송에서 다루고 있는 이슈들을 연계해서 쇼핑의 아이템으로 잡은 걸까? 아니면 쇼핑되고 있는 물건들의 마케팅을 도와주기 위한 기획 프로그램일까? 알고는 있지만 대놓고 까발라기에는 신경쓰이는 대목이다.  
  
  때로는 한술 더떠 두 방송간의 타이밍을 정밀하게 맞추기 위한 교활한 테크닉을 눈치채고서 씁쓰레한 기분을 느끼기도 한다. 물흐르듯이 유창한 진행과 게스트의 진지한 설명, 흥미진진한 퍼포먼스 사이사이에 어김없이 뜨는 사회자의 익살스런 멘트, “60초 후에 공개됩니다”가 그것이다. 

 ‘악마의 편집’이라 불릴만큼 방청객과 시청자의 집중력을 최고도로 끌어올리는 묘미가 있지만 사실 알고보면 건강과 노화 관련 상품들의 간접광고를 위한 배려이다.

이러한 형태의 간접적인 제품홍보는 드라마, 인터넷 공간, 영화에서도 자주 경험된다. PPL이라 불리는 간접광고는 영화나 드라마의 부족한 제작비를 충당하고 작품의 외적 규모를 키우는 중요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형태의 간접광고와 방송 사이사이에 맥락없이 끼어드는 중간광고 때문에 작품에 집중하기 힘들고 순수성을 훼손한다는 비난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일반적인 지상파 프로그램에서는 간접광고나 중간광고가 비교적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그러나 종편 방송에서는 맥을 뚝뚝 끊는 중간광고가 시청자들을 자주 김빠지게 만들고 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등장인물이 특정상품을 사용하는 장면을 노출시켜 작품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웹페이지를 접속할 때마다 함께 뜨는 팝업광고도 스트레스 유발요인이다. 팝업 광고는 강제적인 노출 때문에 효과도 뛰어나지만 광고기피 현상을 불러와 심지어 팝업퇴치 프로그램을 설치해서 하루 또는 일정 기간 회피하는 노력을 하게도 한다. 달걀 껍데기와 비행기의 식탁 받침대 등에도 광고가 눈에 띄고 공중화장실의 소변기에도 광고가 등장하고 있다. 아침식사 준비를 위해 계란을 깰 때도, 비행기 좌석에서 식사를 하는 그 순간에도 우리는 광고의 습격에서 벗어날 수 없는 세상을 살고 있는 셈이다.

 건강과 노화 관련 제품에 대한 팝업광고와 간접광고, 돌출광고 등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자사의 브랜드를 주목시키고 차별화시키기 위한 기업의 생존전략이기도 하다. 이러한 게릴라식 마케팅은 전통매체에 의존하는 광고효과의 한계를 극복하고 크리에이티브의 지평을 넓히는 신선한 실험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수용자의 입장에서 보면, 옥외광고나 배너광고, 극장광고, 전단지 등에서 TV광고나 신문광고에서 보지 못한 파격적으로 창의적인 광고를 만나는 것은 지루한 일상에서 탈피하는 즐거움이 되기도 한다. 

 현실적인 여건 때문에 건강과 노화 관련 상품의 간접노출을 무조건 반대하기 어렵다면 광고와 콘텐츠, 기업과 수용자가 공존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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