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             전 제일기획 카피라이터/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동의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             전 제일기획 카피라이터/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무더위를 이기는 또다른 꿀팁 하나. 에어컨 빵빵한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은 공공연한 피서법이다. 
극장까지 가는 발품이 성가시다면 넷플릭스나 왓챠 같은 스트리밍 플랫폼도 나쁘지 않다. 
볼만한 영화들이 차고 넘친다. DP, 밀수, 더문, 비공식작전, 콘크리트 유토피아, 달리, 비닐하우스, 오펜하이머...

 국산영화들의 수준을 이야기하는 데 굳이 기생충이나 미나리, 헌트, 헤어질 결심 같은 레전드 작품들을 들먹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요즘 개봉된 영화들 하나하나가 다 괜찮은 듯하다. 무엇보다 스토리가 탄탄하다. 
유명한 원작을 각색하든 오리지널 시나리오든 이야기 자체가 재미있다. 
긴박감 넘치는 장면 전환과 숨돌릴 틈을 주지 않고 빠져들게 하는 몰입감, 고급감 물씬한 일러스트레이션과 그래픽, 군더더기없는 편집이 감칠맛을 더한다.

 군데군데 크레모어처럼 장치된 복선과 스릴이 아드레날린을 한껏 분출하고 심박동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인 반전과 결말이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투척한다. 
스토리텔링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플롯임을 모든 영화들이 증명하고 있다. 
영화와 광고영상, 소설에서 스토리의 힘을 이야기하려면 전설처럼 전해져 오는 인디언 속담 하나를 인용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을 말하면 나는 배울 것이다. 진실을 대하면 나는 믿을 것이다. 그러나 스토리를 들려주면 내 마음 속에 영원히 간직할 것이다."

영화 밀수 포스터.
영화 밀수 포스터.

 그렇다고 모든 영화들에 '별이 다섯개'라고 후한 평점을 주기에는 뭔가 찜찜하다. 
애써서 험담을 할 필요까진 없겠지만 분명히 짚고 넘어갈 점은 있다. 
<DP>에 정해인과 손석구가 안 나오고 <밀수>에 조인성과 김혜수가 빠져도 여전히 관객몰이가 될까? 
<비공식작전>에 하정우가 안 나와도 흥행작전이 성공하고  <콘크리트 유토피아>에 이병헌, 박보영이 빠져도 콘크리트 같은 팬덤이 존재할까?
<오펜하이머>의 제작진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왜 그렇게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맷 데이먼 같은 빅 스타에 집착했을까?    

 영화뿐이 아니다. 드라마도 그렇고 잘 나가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다 그렇다. 
하나의 콘텐츠가 히트하면 어김없이 카피 프로그램들이 출몰한다. 
신작이 출시되기 전에는 주인공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강림해서 실물영접의 선물세트를 쾌척한다.  
성공한 스타들은 회전문처럼 다른 프로그램에 얼굴을 들이민다.
유튜브의 콘텐츠들이 알고리즘으로 시청자들을 유인하는 것과 같은 모양새다.
 
 스타의존증은 이제 미디어와 콘텐츠의 통증없는 고질병이 되어 버렸다. 
전현무, 강호동, 유재석, 이경규, 박나래 등은 예능의 신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래도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하는 기안84와 덱스는 얼굴 하나로 날로 먹는 느낌이 아니어서 좋다.
각국에 심어놓은 신인 셀럽들이 열과 성을 다해 세계의 명소들을 소개하는 <톡파원 25시>도 나름 신선하다. 
배우인지 요리사인지 정체성을 헷갈리게 했던 차승원은 <삼시세끼>를 버리고 왜 형따라 마야로 떠났을까?
<조선체육회>에서 전현무, 허재, 이천수, 김병현 등이 시전하는 인맥자랑, 콘텐츠 재탕은 무성의와 무개념의 선을 넘는 것 같다.  

 스타시스템은 정말 성공의 보증수표일까? 
유명 스타를 우상처럼 숭배하는 강성 팬덤들의 비위를 맞추려는 저열한 창작 태도는 아닐까?
인플루엔서나 스타를 통해 한몫 보려는 교활하지만 안일한 수법일 수 있다. 
작품보다 흥행, 제사보다 젯밥에 집착하는 조급한 흥행전략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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