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미래포럼 릴레이 칼럼] 박주한 서울여자대학교 명예교수

박주한 서울여자대학교 명예교수
박주한 서울여자대학교 명예교수

스포츠 경기력의 발전을 위해서는 학교체육-생활체육-전문체육(이하 엘리트스포츠)의 선순환적 육성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학교체육과 생활체육이 엘리트스포츠의 기반이 될 수는 있으나 인구가 적고, 저출산 국가인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과학을 기반으로 한 장차 우수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자원을 조기에 선발하여 전문적으로 육성하는 작업이 더 중요하다.

우리나라 엘리트스포츠의 국제 경쟁력은 상위권에 속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다른 문화나 기업이 세계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할 때 스포츠는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하고 서울올림픽(1988)과 월드컵 대회를 개최하고, 올림픽대회에서 10위권의 종합 성적을 취득함으로써 국위선양을 위한 선도적 역할을 해왔으나 최근의 경우 2020도쿄올림픽에서 16위를 하면서 뒤처지는 상황으로 2024파리올림픽이 걱정이 된다. 지금까지 엘리트스포츠는 우리 국민에게 자신감과 희망을 심어주었다. 즉 하면 된다는 신념을 고취함으로써 한류 문화의 확산과 세계적 기업으로의 성장에 크나큰 디딤돌 역할을 한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어린 선수들에게 ‘오도된 신념’을 강화하여 운동만 하면 미래가 보장될 것으로 생각하게 함으로써 운동선수들의 희생이 동반되었다. 그들의 공로를 기억하고 싶고 더 이상의 희생을 줄이기 위해서 이제는 안정된 제도속에서 운동선수와 직업인으로서 운동과 직업을 병행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검토해야 할 시기가 왔다.

우리나라의 엘리트스포츠 선수들은 상무나 각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실업팀, 기업이 운영하는 실업팀, 인기종목의 경우 프로선수 등으로 훈련환경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프로선수를 제외한 나머지는 직업 유입과 상관없는 불안정한 운영구조로 고착되어 있다. 상무부대는 징집을 대체하는 것으로 직업 유입과는 상관이 없다. 물론 병역의무를 위한 훈련 공백을 해소함으로써 프로팀이나 실업팀으로의 진출에 도움을 줄 수는 있을 것이다. 현재 각 시도 실업팀과 각 기업의 실업팀은 선수 생활의 종료와 동시에 퇴직이 되는 구조다. 즉 직업과 병행할 수 없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이제라도 엘리트스포츠 선수들의 훈련환경부터 직업 유입으로까지 유기적인 시스템의 구축을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역도의 장미란 선수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되었다. 누구보다 엘리트 선수들의 고충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선진국과 사회주의 국가들의 사례를 분석하여 우리에게 적용 가능한 방안을 찾아서 과감하게 실천해보기를 제안하고 싶다.

독일의 경우를 살펴보면 올림픽이나 각종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독일 엘리트스포츠 선수들의 과반수가 군인, 경찰, 그리고 관세청 소속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즉 독일 정부는 올림픽 종목을 중심으로 국가대표나 상비군에 해당하는 엘리트스포츠 선수들에게 군인, 경찰, 관세청 소속으로 활동하게 함으로써 경제적 어려움 없이 훈련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선수들이 은퇴 후에도 희망자만 직업적 전환을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도록 하여 군인, 경찰, 세관원으로서 직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다(Bundeswehr, 2020. Spitzensport 참조). 전문 직업 선수로 국가에 의해 관리되는 러시아, 중국, 구소련권 동유럽 국가들 외에도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프랑스, 스위스 등도 독일과 유사한 제도로 운영되고 있다. 그리고 일본은 기업 소속 직업병행 실업팀 선수 육성 제도로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스포츠의 국제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이러한 직업 기회를 보장하면서 훈련환경을 제공하는 제도의 도입이 절실하다. 군인, 경찰, 소방, 교정 등 다양한 직업군을 대상으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일부 종목은 이웃 일본처럼 기업을 중심으로 운영할 수도 있다. 따라서 현재의 제도로는 올림픽대회 10위권 이내의 유지는 불가능하다. 또다시 엘리트스포츠 선수를 국위선양과 국민화합을 위한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하면서 스포츠를 통한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 확보를 위하여 올림픽대회 종합 성적 세계 5위 이내의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훈련환경과 직업 기회를 동시에 보장할 수 있는 제도 도입을 기대해 본다.

◆필자 약력

- 현 서울여자대학교 명예교수

- 현 서울시체육회 수석부회장

- 현 스포츠미래포럼 수석 공동대표

- 전 한국체육정책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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