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의 자랑스런 활약을 밤새 보고

글 김정섭(경기도 의왕시 갈뫼중학교 체육교사)

김정섭 교사
김정섭 교사

밤잠을 잊고 보았다. 그리고 응원했다. 아시아인 최초로 ‘EPL 득점왕’에 오른 손흥민의 자랑스런 모습을. 간밤의 ‘사건’은 잉글랜드 축구 역사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스포츠 역사도 바꿔버리는 순간이었다.

호날두나 메시 같은 대형 스타만 가능한 먼 나라 이야기인 줄만 알았는데, 손흥민이 그 대를 이어간다고 생각하니 밤샘 응원을 충분히 보상받는 벅찬 감격이 밀려왔다. 이제 제2의 손흥민을 꿈꾸는 꿈나무 축구 열풍이 조기교육의 열기를 녹여버릴 것 같은 기대감도 든다.

페널티킥(PK)은 모두 동료에게 양보(?)하고도 득점왕에 오른 그에 대해 체육교사인 필자로서는 학생들에게 해줄 이야기가 많다.

축구에 대한 열정, 동료와 팬들을 대하는 그의 사람됨됨이는 스포츠가 추구하는 철학과 가치를 현장에서 그대로 보여주는 ‘전인교육’의 정석과도 같다. 그는 늘 개인의 득점보다 항상 소속 팀인 토트넘의 승리를 먼저 생각했다.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 리그에 올라서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인터뷰는 ‘배려’속에서 정정당당한 ‘경쟁’을 강조하는 우리 체육교육의 목표와도 맞닿아 있다.

손흥민의 쾌거로 전 세계가 대한민국 스포츠에 대해 또 다시 주목하고 있다.

체육교사인 필자에게 외국 친구들이 묻는다. 나라의 면적과 인구에 비해 놀라운 성과를 얻고 있는 대한민국 스포츠 교육의 비결은 무엇이냐고?

이들이 대한민국을 스포츠 강국으로 보는 것은 뿌듯하지만, 한편으로 부끄러운 면도 있다.

전문체육과 학교체육, 그리고 생활체육이 따로 움직이는 상황에서 승패에만 관심을 가졌던 성적지상주의가 팽배했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와 달리 과정에 초점을 두고, 스포츠 그 자체를 인정해주고 즐기는 분위기로 변화하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해준다.

그리고 그런 긍정적인 변화의 과정에서 손흥민과 같은 대스타가 나오는 것 아니냐고 반문해보기도 한다.

스포츠에 참여하는 인구수가 선진국의 조건임을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다면 공부와 운동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낡은 고정관념을 완전히 버려야 한다. 학업에 방해된다는 편견 때문에 스포츠를 멀리하는 학생들이 많은 나라라면 일류 선진국으로 가는 길과는 점점 더 멀어지기 때문이다.

손흥민처럼 꿈을 펼쳐가는 스포츠를 좋아하는 인구들이 많아져야 한다. 관람스포츠이건 직접 참여하는 스포츠건 상관없다. 종목에 상관없이 인기, 비인기 종목을 구분하지 않고 많은 스포츠에 동참하도록 제도와 문화 그리고 교육이 더욱 변화되기를 바란다.

이기는 스포츠보다는 의미 있는 스포츠로! 최고보다는 최선의 스포츠로!

못한다고 비난하지 않고, 실패했다고 좌절하지 않고, 승리했어도 자만하지 않으며 최고의 자리에서도 겸손함을 보이는 스포츠인이 많을수록 대한민국의 스포츠 위상은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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