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섬유에 포함된 각종 독성 물질에 관한 경고

올든 위커와 그의 저서. https://www.aldenwicker.com
올든 위커와 그의 저서. https://www.aldenwicker.com

 

현대인은 먹거리의 안전성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반면 24시간 피부를 감싸는 옷은 미적인 면이나 기능성을 먼저 본다.

저널리스트이면서 패션전문가인 올든 위커는 최근 번역 출간된 신간 '우리는 매일 죽음을 입는다'(부키)에서 화학 섬유에 감춰진 위험성에 눈 뜨라고 경고한다.

책에 따르면 옷이 건강을 위협한다는 강력한 신호는 항공업계에서 나왔다. 2011년 미국 알래스카항공이 유니폼을 교체한 뒤 승무원 수백 명이 암 진단을 받은 것이다. 2016년 아메리칸항공이 승무원들에게 새 유니폼을 지급하고 수개월이 지나는 동안 여러 명이 아프기 시작했다. 화학 섬유로 만든 제복은 여러 항공사에서 문제를 일으킨다.

미국 항공승무원협회의 안전, 보건 및 보안 부서 소속 산업위생사인 주디스 앤더슨이 알래스카항공 새 유니폼의 서로 다른 부위에서 잘라낸 60개의 옷감 샘플을 워싱턴대 연구실로 보내 조사한 결과 총 97개의 화학 화합물이 확인됐다. 납, 비소, 코발트, 안티몬, 톨루엔 외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사용이 제한된 분산 염료, 유럽연합(EU)에서 금지된 항진균제인 디메틸 푸마레이트, 발암성 중금속 육가 크로뮴 등을 함유하고 있었다. 다만 워싱턴대는 대부분 화학물질이 자극을 유발하는 수준보다 적게 포함된 것으로 판단했다.

책은 각 염료의 농도가 더해지면 단독으로 존재할 때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상가(相加)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하지만 섬유업계는 각각의 화학 물질에 대해 단독으로 사용 한도를 정해 놓았다. 여러 물질을 혼합한 결과 유해성이 한도를 초과하더라고 업계의 기준으로는 개별 물질이 한도 미만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구조인 셈이다.

섬유 독성 분야에서 가장 명성이 높은 독일 호헨슈타인 연구소에 의뢰한 분석에서는 문제가 더 명확해진다. 유니폼 섬유 샘플에 염료인 분산 오렌지 37/76이 EU 한도인 1㎏당 50㎎을 10배 이상 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책은 승무원의 건강 문제를 일으킨 유니폼들에 공통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방수, 오염방지, 구김 방지, 곰팡이 방지, 냄새 방지 기능이 있거나 항공사를 상징하는 밝고 채도 높은 색상을 채택하면서 최신 화학 공정이 층층이 적용됐으며 마감재와 염료가 강력한 조합을 이뤘다는 것이다.

승무원은 여러 명이 폐쇄된 환경에서 같은 옷을 입고 생활하기 때문에 증상을 알기 쉽지만, 일반인의 경우 입는 옷이 매일 달라지기 때문에 섬유에 포함된 화학물질이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거나 이를 입증하기 쉽지 않다.

예를 들어 2008년 수백 명의 여성이 브래지어 때문에 심한 발진이 생기거나 영구적인 흉터가 남았다며 속옷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검사 결과 일부 제품에서 포름알데히드가 발견됐지만 빅토리아 시크릿은 이 성분이 없거나 거의 미미한 정도라고 주장했고 원고 패소 판결이 내려졌다.

먹는 것도 아니고 피부에 접촉하는 옷이 건강이나 목숨을 위협한다는 주장은 일반인이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일일 수도 있다. 책은 화려한 녹색 안료를 만들기 위해 독성 물질인 비소화합물을 사용하거나 고용량을 흡입하면 청색증을 일으키는 니트로벤젠을 검은 구두약에 넣는 등 멋과 이윤을 위해 건강과 안전을 포기해 온 패션의 흑역사를 소개하며 인식의 전환을 촉구한다.

패션 소비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폴리염화비닐, 폴리에스테르, 폴리아미드, 폴리우레탄처럼 '폴리'로 시작하는 재료와 나일론, 아크릴 등을 피하고 실크, 캐시미어, 린넨, 양모, 알파카 등 천연 소재를 선택하라고 권한다. 또 오코텍스, 블루사인 등 안전한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업체를 인증하는 단체들이 공인한 제품인지를 확인하라고 조언한다. 채도가 높거나 지나치게 밝은색 옷을 피하고 새 옷을 사면 입기 전에 무향 세제로 세탁하는 것도 위험도를 낮추는 방법이라고 소개한다. 중고 옷을 입는 것도 건강에 해로운 화학 물질을 피하는 효과적인 방안으로 꼽는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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