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미래포럼 릴레이칼럼]강덕모 세종대학교 산업대학원 스포츠산업학과 주임교수

평범한 시민들에게 묻는다. “대학의 체육계열학과를 졸업하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이러한 물음에 대해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전히 ‘체육교사’, ‘헬스트레이너’라고 대답할 것이다. 단편적인 물음에 대한 답변이지만, 이것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학의 체육학을 바라보는 일반적 시선이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바프(Klaus Schwab)가 4차 산업혁명 화두를 던진 지도 어느덧 7년이 지났다. 그 시간 동안 산업계는 4차산업의 핵심기술로 일컫어지는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지능형 로봇, 인공지능, 5G 등을 적극적으로 적용하여 새로운 산업 모델을 제시하였다. 또한 이는 현재진행형이자 무한한 미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스포츠산업 또한 예외가 아니다. 4차산업을 선도하는 핵심기술이 이미 스포츠산업 전반을 아우르고 있으며, 우리는 그 안에서 스포츠용품과 시설, 그리고 서비스를 향유하고 있다. EPTS(Electronic Performance and Tracking Systems)로 대표되는 사물인테넛과 웨어러블 장비의 결합은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한 주요 기술로 인정받고 있으며, 빅데이터 또한 경기력을 예측하고 전략·전술 수립을 위한 주요 기제로 활용되고 있다. 또한, 빅데이터를 활용한 머신러닝·딥러닝은 인간의 역할을 대신하는 인공지능을 한층 고도화시키고 있으며, 심지어 관람스포츠의 스포테인먼트와 관람 편의성까지 제고하고 있다. 이뿐인가. 이러한 일련의 흐름은 우리들의 일상과 생활스포츠 현장에서도 고스란히 재현되고 있다.

스포츠산업에 적용된 4차산업 기술의 위용 때문일까. 체육·스포츠 분야는 시대적 트랜드를 고려한 생존적 발전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과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는 올해 4월 스포츠산업 정책 수립 및 R&D 추진과 관련한 의제 발굴을 비롯해 스포츠과학 및 스포츠의학 연구, ICT 융합을 위한 핵심기술 개발 등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였다.

대학의 체육관련학과 또한 예외가 아니다. 전공 관련 산업계의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하는 상황에서, 특히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현실에서 자의 반 타의 반 특성화를 위한 시도가 가열차게 진행 중이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의 면모는 체육관련학과의 명칭 변경에서 그 선명성을 확인할 수 있다. 과거 체육관련학과는 ‘체육교육학과’, ‘체육학과’, ‘생활체육학과’정도로 대변되었으나, 작금의 상황은 ‘스포츠응용산업학과’, ‘미래스포츠융합학과’, ‘스포츠공학융합학과’, ‘스포츠ICT융합학과’ 등 4차산업의 특성을 반영하는 경향성이 농후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대학이 시대적 흐름을 읽고 능동적으로 대처한다는 차원에서 나름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실제적인 방향성이다. 4차산업의 기치를 내세운 변경된 명칭의 체육관련학과는 스포츠공학도를 양성해야 하는가, 아니면 융합형 실무 인재를 양성해야 하는가. 이 부분에 대한 갑론을박이 분명 존재하지만, 필자는 후자를 지지한다.

부끄러운 체육계의 자화상일지는 모르겠으나, 체육관련학과의 명칭이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유사한 진로의 전문인력 양성을 지속해 왔으며, 또한 실제 소수의 교과목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유사한 교과과정을 유지해온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뿐인가. 체육학을 좀 더 그럴듯한 학문으로 치장하려는 외형적 변화 시도, 심지어 체육학의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모학문에 편승하려는 시도는 응용학문으로서의 체육학 부정이라는 또 다른 비판을 낳기도 하였다.

인하대학교 김민규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정책 이슈와 과제를 논하며, ‘스포츠과학 융합교육정책 목표의 재정립’과 ‘융합교육과정개편’을 주장하였다. 옳은 지적이다.

단순히 스포츠산업에 과학기술을 적용하는 것이 아닌, 또는 과학기술을 맹목적으로 숭배하는 것도 아닌, 스포츠 현장의 문제점을 발굴하고 이를 ‘스포츠테크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사고 배양’이 핵심 교과목표로 설정되어야 한다. 더불어, 교과목표를 온전히 달성할 수 있는 융합형 교육과정은 ‘융합형 실무 인재 양성’에 방점을 두어야 한다. 이러한 교과목표 및 교과과정의 설정이 전제될 때, 대학 내 학문영역으로서 4차산업과 연계된 체육관련학과의 존립이 가능할 것이며, 더불어 4차산업 기술이 접목된 스포츠산업 현장에 최적화된 인력의 양성 및 배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교과목표를 이루기 위한 교과과정 운영에 있어서는 스포츠테크 산업계와의 산학 네트워크 형성이 그 무엇보다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이다. 산학 네트워크가 현장의 니즈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실무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필수 장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잊지 말자. 체육학이 응용학문이라는 것을. 응용학문으로서의 진정성 있는 노력이 지속될 때, 체육전공자들의 직업 영역이 더 넓어지고 견고해질 수 있음을.

- 필자

▲세종대학교 산업대학원 스포츠산업학과 주임교수

▲세종대학교 예체능대학 체육학과 조교수

▲국가직무능력표준(NCS) 연구위원

▲한국체육시설안전관리협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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