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드컵에서 시작된 ‘중꺾마’, 월드컵서도 국민적 감동 일으켜

카타르월드컵 16강 진출에 환호하는 한국축구대표팀ⓒKFA
카타르월드컵 16강 진출에 환호하는 한국축구대표팀ⓒKFA

손흥민 선수가 카타르월드컵에서 울고 말았다. 손흥민은 안면 부상으로 쓴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운동장바닥에 엎드려 통곡하듯 16강에 진출한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카타르 월드컵 조별예선 3차전에서 탈락 위기에 몰렸던 한국 축구대표팀이 강호 포르투갈을 꺾고 나온 눈물이다. 12년 만에 월드컵 16강에 올랐는데 어찌 기쁘지 아니하겠는가?

월드컵보다 두 달 앞서 열렸던 롤드컵(리그오브레전트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김혁규(데프트)도 울었다. 2022 롤드컵 결승에서 지난 대회에서 3번이나 우승했던 세계 최강 T1을 누르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e스포츠 세계대회에서 10년 동안 우승이 없었던 DRX 주장 김혁규(데프트)의 롤드컵 우승도 또한 기쁘지 아니하겠는가?

2022 롤드컵에서 우승한 DRX의 김혁규ⓒLoL
2022 롤드컵에서 우승한 DRX의 김혁규ⓒLoL

두 달여 사이에 벌어진 롤드컵과 월드컵의 값진 승리의 눈물은 대한민국 국민의 눈물이기도 했다. 힘들게 일구었던 모든 것을 코로나 팬데믹에 빼앗기면서도 어디에 하소연조차 못하고 지쳤던 국민들은 2022년 그날, 모두가 함께 울어 버렸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를 울린 두 선수의 눈물은 어디에서 시작된 것일까?

포기하지 않는 국민성 일깨운 e스포츠, 스포츠로서의 가치 존중해야

국민 누구나 축구를 좋아한다. MZ세대는 축구뿐만 아니라 e스포츠에도 열광한다. 이처럼 국민과 함께하는 월드컵과 롤드컵에서 2022년, 역사에 남을 명언을 탄생시켰다. ‘중꺾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도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뜻의 ‘중꺾마’는 e스포츠 한국 프로팀 DRX가 롤드컵 1라운드에서 진 뒤 김혁규(데프트)가 한 말을 인터뷰한 기자가 각색하면서 시작되었다. 이는 월드컵 축구대표팀의 손흥민이 출전 의지를 밝히며 말했던 “단 1%의 가능성이 있다면 앞만 보고 달려가겠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16강 진출이 결정된 뒤, 선수들의 태극기에 써넣은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메시지로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한국 선수의 투지와 정체성을 보여 주었다.

롤드컵 결승ⓒLoL
롤드컵 결승ⓒLoL

‘중꺾마’는 롤드컵과 월드컵의 과정에서 벌어진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 가치를 더욱 절감할 수 있다. 첫째는 롤드컵과 월드컵이라는 축구와 e스포츠의 세계 최고 이벤트에 임하는 선수들의 자세이다. 한국은 e스포츠의 종주국을 자부하면서도 그동안 특별한 이슈를 만들어내지 못하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체이스센터에서 열린 롤드컵 결승에서 지난해보다도 많은 500만 명 이상이 동시 접속하는 빅 이슈를 만들었다. 같은 한국팀끼리의 결승이지만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우승다툼에 미국 언론들은 많은 스토리를 쏟아냈다. 전 세계 인구가 가장 많이 시청하는 메가톤급 이벤트 월드컵에서도 손흥민을 비롯한 한국 대표팀은 매 경기 축구 팬들을 감동시켰다. 두개의 세계적인 이벤트에서 김혁규와 손흥민은 팀원들의 모범이 되어 주눅이 들지 않고 중간에 꺾이지 않을 각오로 경기에 임했다.

두 번째로, 이러한 꺾이지 않는 마음을 보여 주기라도 하듯, DRX의 주장인 김혁규는 롤드컵 결승에서 만난 T1과 2-1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3세트를 연속으로 승리하며, 5-2 역전으로 우승을 거머쥐었다. 월드컵 한국 축구대표팀 역시 FIFA 랭킹 9위의 강팀 포르투갈과 경기에서 1-0로 지고 있던 상황에도 포기하지 않고 2-1 역전으로 값진 승리를 얻어 16강에 진출한 점이다.

셋째, e스포츠 최고의 프로 선수는 단연 T1의 이상혁(페이커)을 꼽을 수 있다. 이미 롤드컵에서 3회의 우승 경력이 있고, 그간의 기량으로 보면 2022 롤드컵에서 T1의 승리를 누구나 예측하고 있었다. 하지만 DRX의 김혁규는 10년 만의 우승을 얻어 이상혁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세계적인 선수로 발돋움했다. 한국축구는 메시와 함께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로 꼽히는 호날두의 기를 꺾었다.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에 공격수로 나온 호날두는 한국대표팀을 한 수 아래로 보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이때 주장 손흥민을 비롯한 대표 선수들은 그간 한국 축구팬에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한 호날두에 일격을 가하며 역전승을 거둬 ‘중꺾마’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중꺾마'를 쓴  태극기를 들고 환호하는 축구대표팀ⓒKFA
'중꺾마'를 쓴 태극기를 들고 환호하는 축구대표팀ⓒKFA

대한민국 국민은 IMF 외환 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꺾이지 않는 DNA를 가지고 있지만 한동안 보여 줄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2022년의 롤드컵과 월드컵은 숨어있던 대한민국의 ‘중꺾마’ 국민성을 다시 일깨웠다. 최근 정치적인 문제로 시작된 기성세대와 MZ세대간의 갈등도 롤드컵과 월드컵에서 나타난 ‘중꺾마’로 한 번에 해소되는 계기를 맞았다. 그 시작에는 e스포츠가 있었다. 그간 e스포츠는 이슈가 부족했지만 e스포츠로부터 시작된 ‘중꺾마’의 가치는 대한민국의 미래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럼에도 e스포츠는 아직 정부와 현장 간의 많은 조율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게임 산업에서 e스포츠산업으로의 전환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우선 정부 주무부처를 ‘게임 산업과’에서 ‘스포츠산업과’로 이관하여야 하고, e스포츠 경기장도 스포츠 시설로 관리되어야 한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이나 기타 국제 대회의 e스포츠 국가대표 선출에 대한 것도 다듬어야 할 문제가 많다. 또한 국내 e프로경기가 스포츠토토 대상 경기로 진입하는 것도 지구력이 필요하다. e스포츠에서 이번 ‘중꺾마’가 시작되어 대한민국의 미래 교훈을 제시한 것처럼 앞으로도 e스포츠도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발전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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