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방 축구장에 항만·지하철·철도·숙박시설 새로 지어
중동 첫 월드컵, 11월 개최도 처음…6500명 이주 노동자들 희생

루살리 스타디움은 월드컵에서 8만 석을 확보하는 가장 큰 규모의 스타디움이다. ©Nigel Young
루살리 스타디움은 월드컵에서 8만 석을 확보하는 가장 큰 규모의 스타디움이다. ©Nigel Young

역대 최대의 대회 준비 비용 및 흥행 수입

11월 21일 카타르에서 개막하는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은 단순한 지구촌 축구 축제만은 아니다.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주연으로 펼치는 연기를 수만 관중이 현장에서 또는 미디어를 통해 지켜보며 열광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계산법이 숨어있다. 월드컵의 흥행에 따른 액수는 상상을 초월하는 천문학적 액수다. FIFA가 올림픽에는 23세 이하 선수로 출전을 제한하면서까지 월드컵 흥행을 놓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특히 막대한 ‘오일 달러’를 보유한 중동에서 처음 열리는 이번 월드컵의 ‘돈놀음’은 역대급이다.

FIFA는 4년 전 러시아월드컵을 통해 55억 달러(7조8800억 원)을 벌어들였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는 이 보다 훨씬 많은 액수를 거둬들일 것이 확실하다.

FIFA는 이 돈으로 확실하게 쓸 곳은 쓴다. 우선 본선 참가국의 상금과 참가수당으로 4억4000만 달러(약 6300억 원)를 책정했다. 우승팀은 4200만 달러(602억 원), 준우승팀은 3000만 달러(430억 원)을 상금으로 받는다.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더라도 900만 달러(129억 원)의 참가수당이 있다. 16강 진출국은 1300만 달러(186억 원), 8강은 1700만 달러(244억 원)을 받게 된다.

FIFA가 지급하는 항목에는 출전 선수의 소속팀 보상금도 있다. 무려 1억9000만 파운드(3050억 원)다. 상금과 보상금 등을 모두 합하면 FIFA가 지출하는 금액만도 9350억 원이나 된다. 수입을 감안하면 여전히 수조 원이 남는 장사다.

대한축구협회도 대표선수들에게 ‘당근’을 내걸었다. 최종 엔트리에 오를 26명 전원에게 1인당 2000만 원의 수당을 지급한다. 16강에 오르면 1억 원, 8강이면 2억 원씩 준다.


에어컨 설비된 축구장 등 인프라 구축에만 최소 2000억 달러

카타르 월드컵은 역대 최대 규모의 비용이 든 대회로 기록된다. 대회 준비 및 운영에 무려 2000억 달러(약 238조 원)가 소요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중동 사막에서 펼치는 이번 대회는 여름철에 개최되던 역대 대회와 달리 날씨를 고려해 11월에 개최된다. 카타르는 에어컨이 나오는 냉방 축구장 신축, 항만·지하철·철도 등 교통망 확충, 숙박 시설과 단지 조성 등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돈을 들였다. 특히 메인 스타디움이 들어설 계획 도시 루사일을 건설하는데 큰 돈이 들어갔다. 블룸버그통신은 대회 준비에 3000억 달러가 들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카타르 국내총생산(GDP) 1464억 달러의 두 배에 달하는 엄청난 액수다. 2018년 월드컵 개최국인 러시아가 쓴 비용(116억 달러)이나 2014년 월드컵 개최국 브라질이 쓴 비용(150억 달러)에 비하면 거의 20배다.

이에 대해 스포츠 경제학자 앤드루 짐벌리스트는 “허영심이 반영된 ‘경제적 광기’”라며 “가장 낭비가 심하고 비생산적인 투자로 상을 줘야 할 것 같다”고 비꼬았다.

하지만 카타르는 일자리 창출 등으로 비용 회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카타르월드컵 조직위 하산 알 타와디 사무총장은 “월드컵이 관광, 건설 분야에 긍정적 영향을 미쳐 약 200억 달러의 경제적 기여를 할 것”이라고 했다. 세계은행은 관광 수입, 중장기 경제 개발, 일자리 창출 등으로 카타르 GDP가 2030년까지 연평균 3.2%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많은 이주 노동자들의 희생 위에 치러지는 월드컵

카타르 월드컵을 향한 부정적 시선에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희생이 거론된다. 이번 대회를 위해 카타르는 8개 경기장과 훈련장뿐만 아니라 숙박시설, 도로, 통신시설, 상하수도 시설 등 인프라 구축까지 한꺼번에 공사를 진행했다. 노동자들이 열악한 근무 여건 탓에 수천 명이 목숨을 잃는 상황이 그치지 않는데도 카타르 정부와 월드컵 조직위원회가 모른 체 한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온다.

카타르 정부는 “시간당 1.5달러(1800원) 수준이던 노동자들의 임금을 대폭 올려주고, 근무 여건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외국인 이주 노동자 65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180만 명에 달하는 인부들은 대부분 케냐,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인도, 파키스탄, 말레이시아 등에서 건너온 노동자들이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근로자들이 뜨거운 태양빛 아래서 물과 충분한 휴식, 제대로 된 잠자리를 제공 받지 못한 채 일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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