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기자가 간다 – 탁구 편

©홍남현
©홍남현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어느 날, 인천 원당동의 대한항공 여자탁구단 훈련장을 찾았다. 대한한공 강희찬 감독에게 특별 탁구 과외를 받기 위해서다. 궂은 날씨를 예상이라도 한 듯 ‘런 앤 인조이’ 코너 첫 실내 스포츠였다. 더군다나 어릴 때 잠시 경험했던 탁구라니! 그것도 전 국가대표팀 감독에게 받는 코칭이라니! 세상에 둘도 없을 소중한 기회임이 틀림없었다.
 

탁구 모르는 사람 있나요?

탁구는 좁은 장소에서 적은 인원으로 언제나 즐길 수 있는 아주 대중적인 라켓 스포츠이다. 과격한 운동이 아니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다. 강 감독이 코칭했던 분들 중 70∼80대 할머니도 계셨던 적이 있다고 했으니, 탁구가 얼마나 나이를 불문하고 진입장벽이 낮은 스포츠인지 알 수 있기도 하다.

탁구의 시작은 정확히 알려진 것이 없는데, 중세 이탈리아나 15∼16세기 경 프랑스 궁전에서 행해진 놀이가 변하여 탁구가 되었다는 설이 있다. 대한민국 탁구의 역사는 1924년 경성일일 신문사가 제1회 탁구경기대회를 개최된 것으로 봐 그 이전부터 활발한 보급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한국 탁구는 1973년 사라예보 세계선수권대회 여자단체전에서 구기종목으로는 처음 세계 정상에 오른 종목으로 기억된다. 게다가 1991년 지바 세계선수권대회 여자단체전에서는 남북 단일팀으로도 유일하게 세계 정상에 올라 온 국민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백핸드로 공튀기기를 하며 탁구 라켓으로 전해지는 진동을 몸으로 익혀본다 ©홍남현
백핸드로 공튀기기를 하며 탁구 라켓으로 전해지는 진동을 몸으로 익혀본다 ©홍남현

본격적으로 탁구 즐겨보기

한국이 탁구 강국이기도 하고, 배드민턴과 더불어 생활체육으로서도 저변이 꽤나 넓은 탁구임에도 불구하고 애석하게도 기자는 제대로 탁구를 배워본 적이 없었다. 물론 초등학교 때 다용도실에 있는 탁구대 위의 라켓을 만져보고 냅다 휘둘러본 적은 있다. 하지만 탁구공을 탁구채에 맞춰본다는 것은 생전 처음인 경험이었던 것이다.

탁구와 친해지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기본이 되는 그립법을 먼저 배워야 한다. 현대 탁구의 주류를 이루는 그립법은 셰이크핸드 그립으로 마치 탁구 라켓을 악수하는 것처럼 잡는 방법이다. 라켓의 양면을 모두 사용하는 그립으로 대부분의 탁구 입문자들에게 추천되는 그립이기도 하다. 라켓을 잡을 때 손잡이 부분을 쥐는 중지, 약지, 새끼손가락은 힘을 약간 더 주고 엄지와 검지는 펴서 가볍게 잡아준다. 라켓을 다섯 손가락을 모두 이용해 쥐기 때문에 라켓 무게에 대한 부담감이 덜하고 양면을 모두 사용하는 그립법이기 때문에 양쪽에 다른 소재를 부착할 경우 면을 바꿔가며 플레이하면 구질의 변화를 줄 수 있어 전략적으로도 유리하다고 한다.

이밖에도 펜홀더 그립이 있는데, 보통 우리나라에서 탁구 라켓 잡는 법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그립이기도 하고, 정식으로 탁구를 배워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탁구 라켓을 잡아보라고 하면 대부분이 펜홀더 그립으로 잡을 만큼 익숙한 그립이기도 하다. 라켓을 펜을 쥐듯이 잡는 그립인데, 라켓의 단면만을 사용한다.
 

“공을 상대방의 배로 보낸다고 생각하고 받아치라”

기자는 탁구 라켓 자체와도 별로 친하지 않았기 때문에 라켓으로 공을 튀기며 라켓에 공을 맞추는 것에 먼저 익숙해지는 연습을 했다. 백핸드(손등이 보이는 방향)로 잡고 탁구공을 튕기는데, 탁구공이 약 2.7g으로 너무 가볍기도 했고 기자에겐 너무 생소한 경험이었기에 멀리 날아가 버리거나 미처 따라가지 못하기도 했다. 하지만 연이어 반복하다보니 조금씩 요령이 생겼고, 라켓의 어디에 맞아야 할지 라켓이 울리는 느낌을 통해 슬슬 감이 오기 시작했다. 백핸드에 이어 포핸드로, 그리고 백핸드와 포핸드를 번갈아가며 튕기기를 하며 본격적으로 감을 찾았다.

혼자 라켓으로 튕기기에 이어서는 탁구대를 사이에 두고 강 감독과 짧은 거리로 마주 보고 서로 공 주고받기를 했다. 강 감독으로부터 “공을 상대방의 배로 보낸다고 생각하고 받아치라”는 꿀팁을 듣고 치니 금방 적응이 되는 것 같았다. 목표는 총 50번 주고받기였지만 아쉽게도 성공하진 못했다. 하지만 성공의 여부와는 달리 공을 받아내는 타이밍이랄까, 공이 테이블에서 튀어오르면 언제 쳐야할지 느낌이 왔다.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너무 힘을 줘서 쳐도 엉뚱한 곳으로 공이 튀고, 나에게 오는 공의 각도와 라켓의 각도에 따라도 공이 튀는 방향이 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전 국가대표 감독의 조언 ”즐기세요. 왜 실수했나 생각하지 마세요”

공이 아래쪽으로 가야할 땐(백핸드 기준) 라켓의 각도를 앞쪽으로 기울여주고, 높이 띄워야할 땐 라켓의 각도를 뒤쪽으로 꺾어준다.

그 후엔 선수들의 평소 훈련 방식처럼 네트를 사이에 두고 쳐서 백핸드로 넘기는 연습을 무수히 반복했다. 강 감독은 “백핸드로 넘길 때는 시야 안에서 손을 배 앞에 두고 앞으로 밀어낸다는 느낌으로 치라”고 주문했다. 힘을 크게 넣지 않아도 공은 충분히 네트를 넘어가기 때문에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상대방의 배쪽으로 쳐내는 연습이었다.

2012년 런던올림픽 여자국가대표 감독을 지낼 만큼 엘리트선수 지도자로 역량을 인정받은 강 감독은 이후 생활체육지도자로도 변신해 다양한 지도 경험을 쌓는 등 탁구 지도자로는 드문 다채로운 경력의 소유자다.

“공이 약하게 올 땐 무작정 세게 라켓을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좀 더 팔꿈치를 펴서 멀리 밀어준다는 느낌으로 공을 쳐내면 되요.”

강 감독은 이어 “포핸드로 넘길 때는 내 시야 안에서 보내는 느낌이 아니라, 몸 오른쪽에서 라켓이 공을 맞추고 휘두른 라켓이 눈앞까지 온다는 느낌으로 라켓을 휘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당장 눈에 공이 들어오는 백핸드 때와는 달리 포핸드로 할 때는 라켓에 공이 맞는 게 보이지 않으니 좀 더 어렵게 느껴졌다.
 

초심자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강감독의 칭찬 한 바구니 ©홍남현
초심자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강감독의 칭찬 한 바구니 ©홍남현

폼을 가르쳐주지 않은 이유

라켓을 이용해 혼자 공을 튀기고, 백핸드와 포핸드를 이용해 짧은 거리를 보내고, 네트를 넘겨 보내고, 목표물을 향해 공을 치는 것을 연습할 동안 강 감독은 단 한 번도 기본자세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즐기세요!”, “아주 좋아요”, “왜 실수했나 생각하지 마세요” 등의 용기를 북돋는 말들만 한 가득이었다.

물론 거의 코칭의 막바지 쯤엔 폼을 알려주시기도 했다. 다리를 어깨너비보다 넓게 벌리고 허리는 숙이지 않은 상태로 팔을 배꼽 20㎝ 앞에 두면 된다고 했다.

코칭 받는 내내 폼에 신경 쓰지 않아도 돼서 라켓이 공에 맞아 생기는 울림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고, 그러다보니 거의 처음 쥐어본 탁구 라켓이지만 걱정했던 것보다도 훨씬 많이 공을 맞출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강 감독의 무한한 당근의 제공도 한몫을 했다.

덕분에 탁구를 배우기도 배우는 것이지만, 탁구 자체의 즐거움에 대해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탁구대 앞에서 한껏 움츠려있던 기자의 마음이 코칭이 끝난 후로는 탁구라는 종목에 대해 활짝 열린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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