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엔 의욕뿐만 아니라 체계적이고 다양한 지식 필요

바위의 갈라진 틈인 크랙에 캠(확보물)의 설치법의 설명을 모형을 만들어 선보이는 중이다 ©한국등산학교
바위의 갈라진 틈인 크랙에 캠(확보물)의 설치법의 설명을 모형을 만들어 선보이는 중이다 ©한국등산학교

선선한 가을바람이 밤낮으로 불어온다. 내리쬐던 태양도 풀이 꺾이고, 색색의 나무들로 곧 옷을 갈아입을 산으로 훌쩍 떠나고 싶어지는 가을이다.

산을 오르는 것은 깊게 들여다보면 제법 알아야 할 것들이 많다. 아무리 정보의 홍수인 요즘이라지만, 온라인 세상에 공유된 자료만으로는 부족함이 느껴진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라고 했다. ‘산’과 ‘산을 오르는 법’을 알기 위해서는 등산학교에서 등산 전문가에게 교육을 받아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나에게 맞는 등산학교의 수업은?

서울시산악연맹 부설 ‘한국등산학교’의 교육과정은 총 4가지인 정규반, 암벽반, 동계반, 정규심화반이다.

정규반은 이론교육으로 일반등산과 기초등반을 비롯한 GPS 및 독도법, 산악응급처치, 산악안전, 스포츠클라이밍, 산악문학, 한국등반사, 알피니즘(수림한계선 이상의 눈과 얼음이 덮인 고산에서 행하는 알프스풍의 모험적이고 스포츠적인 등산) 등을 배우게 된다. 실기교육은 암벽등반, 매듭법, 확보법, 하강법이 있고 수료를 기념하며 수료등반으로 과정을 마치게 된다. 정규반은 암벽등반 경험이 없는 초보자나 암벽등반을 정식으로 배우고자 하는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봄과 여름에 개강한다.

정규반의 실기교장은 토요일 이론 강의가 끝난 오후 10시부터 도봉산 관음암을 거쳐 우이주능선아래 계곡에서 비박 후 우이동을 거쳐 백운대로 진출하는 것으로 과정을 고수하고 있다.

암벽반은 여름에만 개설되는 강좌로 주로 지방에 거주하는 이들과 정규반을 수료한 이들을 대상으로 한다. 암벽등반 기술 습득 차원에서 실기 위주의 교육이 이뤄진다. 개교 후 지금까지 설악산 권금산장을 교사(校舍)로 하고 주변 암벽에서 실기를 연마하고 있다.

동계반 역시 지방에 거주하는 이들과 정규반이나 암벽반을 수료한 이들 뿐만 아니라 빙벽 등반과 동계등반 기술을 배우고 싶은 산악인을 대상으로 설악산에서 1~2월에 실시하는 강좌이다.

정규심화반은 올해 신설되었으며 확보물을 직접 설치하는 법, 상황변화에 대한 대응법, 후등자 안전하게 내려주는 방법 등 정규반과 암벽반을 경험한 1∼2년차의 산악인들이 좀 더 깊이있는 실제 등산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강좌다.

개인이 챙겨야 할 준비물은 등반에 필요한 헬멧이나 안전벨트, 암벽화 등의 각 강좌에 맞는 물품과 기본적인 운행구인 배낭, 등반에 적절한 의류 등이다. 안전벨트나 헬멧은 학교에서 선착순으로 대여도 가능하다.
 

인수봉을 실제로 등반하는 모습, 뒤로 보이는 배경이 아찔하다 ©한국등산학교
인수봉을 실제로 등반하는 모습, 뒤로 보이는 배경이 아찔하다 ©한국등산학교

한국 최초의 등산학교

‘한국등산학교’의 역사는 197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등산인구는 국내의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1960년대 후반부터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에 비례해 도봉산과 북한산에서 조난사고도 늘어났다. 그러나 당시 대한민국 산악계가 가진 기술과 정보는 일제강점기 때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등산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은 1969년 2월 설악산 죽음의 계곡에서 일어난 조난사고(눈사태로 10명 사망)였다. 이 사고는 히말라야 등반을 목표로 한 한국산악회 훈련대가 훈련 중에 일어난 조난사고로, 등산은 의욕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다양한 지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한국등산학교’는 서울산악회와 설악산악회가 1971년 1월 설악산에서 처음 개설하여 1974년 1월까지 4회를 공동 개최한 겨울등산학교가 모체가 됐다. 당시 등산학교에 대해 다룬 기사에 따르면 ‘한국등산학교’가 설립된 것은 1974년 6월 15일이다. 뜻있는 산악인들이 후배 산우들을 위한 등반교실을 세운 이래 1982년까지 10여 년간 순수한 열의로 1,500여명의 수료자를 배출해낸 것이다.

1985년 초 재정 부족과 학교운영에 따른 문제로 인한 일시적인 휴교조치가 내려지기도 했다. 그 후 학교를 이끌어나가고 있던 권효섭 교장은 학교를 합법화시키고 전담직원을 두기 위해서는 본인이 회장을 겸임하고 있던 서울특별시 산악연맹의 부설 등산학교로 운영하기로 했다. 그 이후 한국등산학교는 제97회 정규반, 제46회 동계반까지 이어지며 ‘한국 최초의 등산학교’로서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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