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체육국에서 스포츠산업적인 측면에서 바라봐야

e스포츠 경기 장면
e스포츠 경기 장면

문화라는 말은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 낸 창조적인 산물이라는 의미이며, 이는 ‘자연 상태에서 인간이 만들어 낸 것’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콘텐츠란 미디어, 플랫폼, 네트워크 등을 통하여 전달되는 모든 내용물을 의미하는데, 자연이 아닌 인간이 만들어 내는 창조적인 가치를 제품화한 것을 문화콘텐츠라 한다. 스포츠는 인간의 유희적인 신체활동의 가치를 콘텐츠화한 것이다. 영화나 연극, 뮤지컬과 동일한 가치사슬에 놓여 있는 스포츠 또한 광의의 의미에서 문화콘텐츠에 해당한다. 스포츠도, 게임도 문화콘텐츠라 할 수 있지만 스포츠는 산업적으로 매우 광범위하다 보니 독립적인 콘텐츠로 구분하고 있을 뿐이다.
 

라이엇게임즈 LoL파크
라이엇게임즈 LoL파크

문체부 콘텐츠정책국이 주무부처…아직 e스포츠를 게임으로 봐

2019년 콘텐츠산업백서에서는 방송, 게임, 영화, 만화, 애니메이션, 캐릭터, 음악, 패션, 출판, 신문, 잡지, 광고 등 수많은 분야를 문화콘텐츠산업의 장르로 다루고 있다. e스포츠는 이 중 ‘게임’의 일부분에 속해 있다. e스포츠는 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정책국 문화산업정책과가 정부 주무부처이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게임산업본부가 관리한다. 아직 e스포츠를 게임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게임 산업이 올해도 고성장세를 이어 갈 전망이어서 지난해 17조 원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 18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게임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에 비해 2019년 기준 국내 e스포츠산업 규모는 1,398억 원으로 추산되었다. e스포츠는 게임 산업의 1/100도 못 미치는 매출로 게임 산업의 한 편을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스포츠산업은 지난해 80조 원을 돌파하며, 국가 성장 동력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이를 견인하는 다양한 종목이 있다. 축구, 야구, 농구, 배구, 당구 등의 전통적인 스포츠부터 승마, 모터레이싱, 경륜, 경정, 경마 등 동물이나 기구를 이용하여 경쟁하는 스포츠, 우리가 어려서 흔히 했던 닭싸움과 같은 놀이도 뉴 스포츠로 재탄생해 동참하고 있다. 또한, 현재 유행하고 있는 스크린골프, 스크린야구, 스크린승마 등 ‘스크린 스포츠’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앞선 예시와 더불어 e스포츠처럼 게임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스포츠의 경우, 움직임이나 규칙의 차이가 존재할 수 있지만 유희적인 요소의 본질적인 스포츠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즉, 다른 스포츠 종목과 동일한 가치사슬과 구조를 가지고 있는 스포츠산업의 하나로 ‘게임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스포츠’로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e스포츠는 게임의 속성을 넘어 이러한 다양한 스포츠 ‘종목’ 중의 하나이며, 스포츠와 기술이 만나는 고도화된 스포츠콘텐츠라고 말할 수 있다.
 

리그오브레전드 팀 유니폼
리그오브레전드 팀 유니폼

게임은 비대면 승부, e스포츠가 게임 산업으로 성장하는 데는 한계

게임과 e스포츠는 대상 및 본질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게임은 처음부터 불특정 다수의 모르는 사람과 겨루는 비대면 승부이다 보니 스포츠에서 보는 정당함이나 스포츠맨십은 볼 수가 없다. 굳이 그럴 필요도 없는 것이 게임이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소비자가 다양하고 어떠한 규제도 필요가 없다. 더군다나 스포츠처럼 조직을 만들고, 스폰서십과 중계권, 라이선싱의 프로퍼티 비즈니스를 창출해 내는 산업분야의 확장성을 게임에서는 상상할 수 없다. 때문에 e스포츠가 게임 산업으로 성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와 반대로 e스포츠가 스포츠산업으로 성장할 잠재력은 상대적으로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스포츠산업은 고부가가치 신성장동력으로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융·복합 산업으로 확장하고 있다. e스포츠산업이 급성장하는 것은 게임이 스포츠로 재탄생되었기 때문이다. e스포츠가 게임과 전혀 다른 미래 스포츠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e스포츠산업 급성장 이유. 게임이 스포츠로 재탄생됐기 때문

한국e스포츠협회에서는 2021년 12월 e스포츠를 대한체육회의 준회원으로 등록하였다. 게임이 e스포츠 종목이 될 수 있는 기준을 이미 오래전에 만들었으며, e스포츠용 표준 계약서를 개발하여 해외에도 배포하고 있다. 또한, e스포츠 전문 공정위원회를 두고, e스포츠 국가대표 체계를 구축하여 한·중·일 e스포츠 대회에서 첫 전력 강화 위원회도 출범시켰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는 e스포츠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시범 종목에 이어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하였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e스포츠 스터디그룹 ‘ELG’를 조직하는 등 머지않아 e스포츠를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는 리그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가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도입하여 정식 프로 리그를 운영 중이다. 향후 스포츠 토토의 대상 경기가 되면 더 큰 성장이 기대된다. 이렇듯 e스포츠는 스포츠 전반에 토대를 마련하고 자생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신정부에서는 e스포츠에 관계된 많은 정책을 약속하였다. 스포츠융복합산업의 실질적인 정책을 관리할 수 있는 정부 주관 부처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e스포츠가 게임이 아닌 스포츠로서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체육국에서 e스포츠를 스포츠산업적인 측면으로 관리해야 할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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