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워봅시다 - 승마

©홍남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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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무용총의 수렵도, 영국 앤 공주, 근대 5종.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 세 가지 공통점은 바로 ‘승마’이다. 수렵도의 말 타고 활을 쏘는 무사, 국제승마연맹 회장을 역임한 앤 공주, 올림픽 종목 탈락이 거론되는 근대 5종에 승마가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스포츠이긴 하지만 일반인은 배우기가 쉽지 않은 게 승마다. 생명체인 마필을 건사해야 되는 데다 승마 체험 공간을 확보하기란 도심에선 어림없는 일이다. 거의 모든 승마 학습장이 교외에 있는 이유다. 

승마장을 가기 위해서는 교외로 나서야 했다. 경기도 양주에 있는 마리조아 승마장. 서울시내에서 차를 타고 한 시간 정도 창밖을 구경하며 자연을 느끼다 보면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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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린이’의 승마 준비하기
우선, 마리조아 김재현 원장의 안내를 받아 초심자를 위한 필수용품을 착용해야 한다. 승마는 낙마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보호 장구 장착은 필수다. 
승마용품은 승마 종목에 따라 달라진다고 한다. 마장마술용, 장애물용, 웨스턴 스타일의 레저승마용, 폴로, 홀스볼용 등 승마 종목은 다양하다. 하지만 승린이(승마와 어린이의 합성어)인 기자는 가장 기본적인 승마 장비들만 착용했다. 승마장에서 대여해준 장비는 승마 헬멧, 승마 부츠, 승마 장갑, 안전조끼 등이다. 하의는 개인이 소장한 면바지나 미끌거리지 않은 소재의 바지를 입어야 한다. 상하의 모두 펄럭이거나 장식이 달리지 않은 편안한 복장으로 입는 것이 좋다고 했다.

말과의 첫 만남
복장을 갖춘 후 승마 첫 시승을 도와줄 말을 만나기 위해 마방으로 갔다. 말을 다룰 줄 모르는 승린이에겐 외려 초심자를 잘 헤아려 줄 것 같은 말을 잘 만나는 것도 복이다.
마방엔 서러브레드, 웜블러드, 쿼터홀스, 팔로미노 등 여러 종의 말들이 나를 반겼다. 일반적으로 초보자들은 서러브레드로 입문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서러브레드는 영국과 아랍말의 교배종으로 체형이 뛰어나고 기품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자가 타게 된 말은 서러브레드종의 ‘레오’라는 말이다. 늘 화면 속에서, 사진으로만 보던 말들과는 달리 실제로 눈앞에 말을 마주하게 되니 위압감이 느껴졌다. 가장 큰 종의 말이 아닌데도 ‘헉’소리 나게 큰 말을 보니 “내가 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조금 생기기도 했다. 그래도 김재현 마리조아 원장으로부터 본격적으로 말과 접촉하기 전 말 옆에서 승마에 대한 기초이론과 배워 볼 보법들에 대해 듣고 나니 잘 할 수 있을 것만 같다는 자신감이 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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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린이의 승마 기초
승마를 처음 경험하게 되면 우선 말에 올라타는 법을 배운다. 말은 반드시 왼쪽에서 타야 한다. 말 등의 높이가 높다 보니 의자의 도움을 받으면 좋다. 고삐와 말갈기를 한 손에 그러쥐고 왼발을 등자에 올린 후 오른쪽 다리를 뒤로 넘겨 올라탄다. 이때 오른쪽 다리가 말을 걷어차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말이 놀라면 위험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 위의 안장에 오르면 높이 때문에 살짝 두려움이 온다. 말 아래에서 본 것과 판이하다. 조금 정신을 차리고 보면 세상의 모든 것이 내려다보이면서 우쭐해지는 느낌도 든다. 
상체를 세워 수직으로 안장 중앙에 깊숙이 앉고 다리를 아래로 내린다고 생각하면서 발바닥 전체로 포도알을 살짝 밟는다는 느낌으로 자세를 취해주면 말에 오르기는 끝이다.

말에 올랐으니 ‘평보’로 함께 걸어보았다. 평보라는 걸음걸이는 사람으로 치면 천천히 걷는 걸음이다. 4개의 다리가 서로 제각각 따로 움직이고, 그래서 4박자, 4절도 운동이라고도 한다. 평보는 보통 승마를 처음 시작할 때, 중간에 쉬어줄 때, 마무리할 때 타는 걸음인데, 기자는 초보이기 때문에 평보로 타면서 말 등 위의 승마감에 익숙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평소 쓰지 않던 근육 사용 많아
원체 동물을 좋아하고, 겁도 없는 터라 조금 덜컹거리는 느낌만 있는 평보는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 내가 겁내지 않고 잘 따라가니 김재현 원장은 다음 단계로 ‘속보’를 해보자고 하셨다. 속보는 2절도 운동으로 대각선상의 두 다리가 동시에 움직인다. 왼쪽 뒷다리와 오른쪽 앞다리, 오른쪽 뒷다리와 왼쪽 앞다리 순으로 번갈아 가며 움직인다. 속도도 더 빨라지고 움직임도 더 크게 느껴져서 평보보다는 중심 잡기가 훨씬 힘들다. 가만히 있고 싶어도 반동에 의해 몸이 통통 튀는데, 속보가 익숙해지면 몸이 튕기는 것이 훨씬 덜해지고 유연하게 상체가 스프링처럼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하루 만에 온전히 말 등 위에서의 움직임을 받아들이는 것은 무리였는지 좀처럼 중심잡기가 쉽지 않았다. 자꾸 내가 중심을 잃으니 불편함을 느낀 똑똑한 레오가 자꾸 속보에서 평보로 보법을 바꾸는 것이 느껴졌다. 영화 촬영에 동원되는 경험 많은 말은 자기가 알아서 멈춘다는 말이 떠올랐다.

속보까지 완벽하게 습득하진 못했지만 직접 말을 타보며 어떤 리듬인지, 몸을 어떻게 유연하게 유지해야 하는지를 느낌이나마 알 수 있었다. 처음 겪어본 속도와 흔들림이었기에 조금 겁을 먹기도 해서 다음에 승마를 다시 경험하게 된다면 오늘보다는 분명 더 안정적으로 속보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기엔 유려하고 우아하기만 해 보였던 승마였는데, 생각보다 평소에 쓰지 않던 허벅지 안쪽을 비롯해 몸을 밀착시키고, 코어를 이용해 몸을 곧게 유지하는 등 사용하지 않던 근육 사용이 많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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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마로 얻을 수 있는 것들
승마는 기승 시에 곧고 올바른 자세를 유지해야 하고, 말이 움직일 때 기승자의 몸도 같이 움직이기 때문에 허리의 유연성을 자연스럽게 향상시킬 수 있다. 또한 다리 꼬기가 생활화된 현대인에게 아주 중요한 부분인 골반의 교정도 가능하다. 승마 시 말과 리듬을 맞추기 위해 골반이 자극되고 그 자극이 골반 근육을 강화시켜 틀어진 골반을 교정해 주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 또한 승마는 발이 직접 땅에 닿지 않고 말 등 위에서 움직이는 운동으로, 관절보다는 하체와 코어 근육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무릎과 같은 관절에 직접적인 무리가 가해지지 않아 관절염 예방도 가능하다.


 


승마를 즐길 때 이것만큼은 지키기
1. 교관, 지도자의 안내 따르기
말과 함께 교감하고 호흡을 맞춰야 하는 운동이니만큼, 반드시 전문가의 지도 아래 기승하도록 하자. 욕심을 내 무리했다가는 부상과 사고의 위험이 따를 수 있다.
2. 말 앞에선 얌전히
말은 예민하고 겁이 많은 동물이다. 따라서 갑작스레 큰 소리를 내거나 말을 놀라게 하는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 기승을 하거나 말에게 다가갈 때는 늘 느긋하고 여유로운 태도를 가지는 것이 좋다. 너무 긴장한 상태이거나 산만한 상태에서는 돌발 상황이나 사고에 대처할 수 없을뿐더러 위축된 상태는 말에게 공격자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3. 말에게 접근할 때는 반드시 앞쪽으로
말의 시야는 약 330°이다. 엉덩이 쪽을 볼 수 없기 때문에 뒤에서 나타나면 사람이 걸어온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갑자기 나타났다고 생각해 놀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뒷발질과 벌레를 떼기 위한 꼬리 흔들기에 맞을 수도 있으니 주의하도록 하자. 뒷발질에 맞으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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