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영웅 뒷면에 가려진 추악한 진실들

영화 '스포츠 프로그램' 속 랜스 암스트롱.
영화 '스포츠 프로그램' 속 랜스 암스트롱.

 

‘스포츠 영웅’ 서사는 감동 이상의 그 무엇이 있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시절 프로골퍼 박세리의 US오픈 우승 소식은 국민들에게 국난극복의 희망을 선사했다. 세계최고의 축구마당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손흥민이 쟁취한 득점왕 소식은 신체적 열세를 딛고 아시아인 최초의 득점왕에 오른 새벽, 많은 국민들은 밤잠을 설쳤다. 그가 기록한 리그 23골에는 쉽게 골을 추가할 수 있는 페널티킥 득점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자부심은 공동 득점왕 살라흐(리버풀·이집트)를 내심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스포츠 영웅의 승리가 조직적인 반칙과 부정으로 만들어졌다면. 또한 경기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금지약물로 얻은 것이었다면 그가 이룬 영광과 성취는 추악한 결말로 귀결될 게 뻔하다. 그러나 영웅의 추락을 믿고 싶지 않은 대중은 그를 쉽게 놓아주질 않았다. 10여 년 전 거짓논문으로 치열한 진실공방을 벌였던 황우석 사태 때 그랬던 것처럼.

영화 <챔피언 프로그램>은 세계최고의 사이클 대회인 ‘투르 드 프랑스’에서 전무후무한 7년 연속 우승했지만 금지약물 복용사실이 폭로돼 모두를 잃고 마는 랜스 암스트롱(미국)의 스토리를 담았다. 암스트롱의 우승을 위해 조직적인 약물 복용 음모에 가담한 이들과 그들의 도핑의혹을 파헤치려는 기자 데이비드 월시와의 갈등이 영화의 줄거리다.

‘사이클 황제’로 군림했던 암스트롱은 가면이 벗겨질 때까지 전 세계 암 환자들의 영웅이기도 했다. 그는 실제 선수생활 도중 고환암 말기 판정을 받고 치료를 받으며 최고 무대에 섰다. 전 세계가 그를 영웅으로 치켜세웠다. 암스트롱은 잇단 강연 활동으로 수많은 암 환자들에게 용기를 주었다. 암과 투병하면서 투르 드 프랑스를 연속 제패한 암스트롱은 존재만으로도 희망 그 자체였다. 미디어는 그의 성공 스토리를 신화의 영역까지 끌어올렸다. 적어도 금지약물 복용사실이 밝혀질 때까지는 그랬다.

현역 시절 랜스 암스트롱.
현역 시절 랜스 암스트롱.

 

달이 차면 기우는 법이다. 그의 초인적 성취에 의문을 품은 사람이 있었다. 기자는 여러 증거자료를 모아 폭로했다. 하지만 미국 사이클 연맹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수많은 기부활동으로 이미 신화의 반열에 올라선 그를 무너트리기엔 암스트롱은 힘이 너무 셌다. 대중은 이미 신화가 돼 버린 그를 쉽게 내치기 어려웠다.

영웅은 자신의 방어하기 위해 또 다른 거짓을 동원한다. 기자는 명예훼손으로 소송까지 당하는 고초를 겪지만 진실은 결국 태양과 마주하는 법이다. 마침내 암스트롱은 부정한 방법으로 쌓아올린 모든 영광을 박탈당하고서야 그의 영웅 노름은 끝을 내린다.

영화는 국내에서 2015년 10월 개봉됐다. 제작진의 투르 드 프랑스의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소형 카메라를 바퀴에 달아 촬영하기도 했다. 투르 드 프랑스의 경기 상황을 100% 재현하기 위해 암스트롱과 그 팀이 타던 자전거와 똑같은 모델을 찾는 데에는 무려 4개월이 걸렸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1999∼2014년 각각의 시대에 맞는 자전거와 유니폼, 신발까지 디테일한 소품에도 공을 들였다고 한다. 경기에 임하는 배우들은 실제 영국 최고의 사이클 선수인 얀토 바커를 비롯해 10여 명의 프로 선수 및 20여 명의 아마추어 선수들과 6개월간 혹독한 훈련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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